4차산업혁명과 준비된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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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맛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이유_아라비카를 대체할 리베리카

준비된 미래 2023. 4. 16. 18:44

 

커피 맛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이유_아라비카를 대체할 리베리카

 
여기는 케냐. 사화산의 비옥한 경사면에서 소규모 커피 농사를 하는 마틴 키뉴아씨는 커피 대신 다른 작물을 심는 것에 반대하기로 했습니다. 무엇을 심든 더위로 인해 다 죽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왜 그럴까요? 그의 설명은 이렇습니다.
 

“가뭄 기간이 길어졌습니다. 여기는 매년 짧은 우기와 긴 우기인 두 번의 장마철이 있는데 지금은 비가 언제 올지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키뉴아씨는 케냐의 키리냐가 카운티 농협의 회원인데요. 기온이 높아져 병해충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에 농사짓는 데 비용이 점점 많이 들어간다고 말합니다. 그는 여러 차례 생계를 꾸리기조차 힘든 위기를 맞곤 했습니다.
 

케냐의 키리냐가 카운티에서 커피 농사를 짓고 있는 마틴 키뉴아씨

 
키뉴아씨의 커피 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바로 전세계 커피 산업이 처한 위기의 한 단면입니다. 키뉴아씨가 재배하는 아라비카는 전 세계적으로 거래되는 커피 원두의 70%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아라비카는 온도와 습도의 변화에 매우 민감한 종입니다.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특히 지난 2년 동안은 생산이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커피 산업은 이제 생산량을 높일 수 있는 또 다른 종인 리베리카에 희망을 걸고 있습니다. 리베리카는 서부와 중앙 아프리카가 원산지인데, 지금까지는 전세계적으로 거의 재배되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필리핀을 중심으로 재배되고 있으며, 전 세계 커피 수확량의 2%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리베리카 종은 더 단단한 콩으로 가공이 까다롭고 맛도 덜하다는 인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는 특징으로 인해 새로운 관심을 얻고 있는 것이죠.
 
아프리카에서 북쪽으로 자리를 옮겨, 런던 큐 로얄 식물원의 팜 하우스. 열대 기후를 시뮬레이션 하기 위해 지어진 온실입니다. 뜨겁고 습한 온실에서 아론 데이비스 박사가 기다랗게 자란 식물에서 검붉은 열매가 달린 가지 하나를 잘라냅니다. 커피 체리로 알려진 이 레드 베리는 볶고 가공하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음료가 됩니다.
 
데이비스 박사의 작업은 급격한 기후 변화의 속도에 맞춰 최근 몇 년 동안 점점 더 긴급하게 수행돼 오고 있습니다. 최근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2°C 상승하면 전 세계 아라비카의 4분의 1을 공급하는 국가들에서 생산량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합니다. 2.5°C 상승하면 공급의 75%에 영향을 미칩니다.
 

“우리에게는 변화된 기후 조건에서 자랄 수 있는 커피 종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아는 한 리베리카가 아라비카보다 기후 변화에 더 잘 적응합니다.”

 
데이비스 박사의 말입니다. 커피 애호가들의 입맛을 맞추지 못하면 어떻게 되겠느냐는 질문에는 냉정하게 말합니다.
 
“아무래도 커피를 덜 마시게 될 테고, 입맛에 맞는 커피는 가격이 오를 테지요. 그렇지만 진짜 타격을 받는 쪽은 농부들이 될 것입니다.”
 

런던 큐 로얄 식물원(Royal Botanic Gardens, Kew)의 팜 하우스

 
이 이야기의 결과는 결국 우리 커피잔 속 내용물에 변화가 오는 것입니다.
 
런던 서부에 있는 필리핀 카페 로뮬로는 리베리카와 아라비카 원두를 혼합하여 만든 바라코 커피를 제공합니다. 바라코는 필리핀의 전통 커피입니다.
 
카페 주인 크리스 조셉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가 필리핀에서 자랄 때 네스카페는 있는 사람들이 마셨고, 일반인들은 바라코 커피를 마셨습니다.”

 
조셉씨가 아라비카 콩과 리베리카 콩을 섞어 접시에 폈습니다. 리베리카는 아라비카보다 크기는 거의 두 배인 길이 약 1센티미터로 모양은 더 균일합니다.
 

리베리카는 아라비카보다 두 배 긴 약  1 센티미터로 모양은 더 균일하다.

 
그렇다면 맛은 어떨까요?
 

“저에게는 리베리카가 달콤합니다. 그리고 고소한 맛도 느껴집니다.”

 
조셉씨의 평가입니다.
 
리베리카는 지금까지 아라비카보다 품질이 떨어지는 커피로 여겨져 왔습니다. 리베리카의 큰 콩은 두꺼운 껍질과 과육 때문에 수확과 가공이 더 어렵고, 맛은 아라비카에 비해 더 쓴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커피 원두인 로부스타처럼 주요 종이기보다는 보조 종으로 취급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데이비스 박사와 우간다와 남수단의 동료들은 리베리카 종 가운데 콩의 크기가 더 작은 엑셀사(excelsa)를 중심적으로 연구하고 있는데, 이 콩은 그래도 맛이 좀 더 낫다고 생각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단점에도 불구하고 리베리카의 확산은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닌 필연적인 방향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커피콩 재배 농장과 소매점을 연결하는 중간 상인인 커피 상인들은 증가하는 수요로 인해 엄청난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볼카페(Volcafe)는 세계에서 가장 큰 무역상 중 하나로 연간 약 6억 킬로그램의 커피를 취급합니다.
 
볼카페의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인 한나 리즈키(Hannah Rizki)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커피 소비가 매년 2%씩 증가했습니다.”

 
볼카페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우리 회사는 생산 부문에서 3년 연속으로 적자를 봤습니다. 전에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이런 경향이 있을 때 글로벌 주식이 하락합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 주식들이 계속 하락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리베리카가 부족한 부분을 메울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엄청난 잠재력이 있다고 봅니다. 다만 그렇게 되려면 먼저 정부가 참여하여 이 품종을 홍보하고, 농부들은 자신이 재배하는 품종을 충분히 이해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커피 나무를 심어 커피 콩을 수확할 때까지 4년이 걸립니다. 이 말은 농부가 재배 품종을 바꾸려면 상당한 시간 투자와 불확실성이 따르게 된다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리베리카는 이미 국제커피기구(ICO)에 의해 커피 산업 강화를 위한 카드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국제커피기구(ICO)는 1963년 생산국의 빈곤을 감소시키고 생산국과 소비국 간에 더 긴밀한 관계를 맺기 위해 UN의 후원을 통해 설립된 기구입니다. 커피 교역에 대해 국제적 협조 체제를 만들기 위해 수출국과 수입국이 모여 만든 정부 간 기구입니다. 국제커피기구 회원국은 전 세계의 커피 생산량의 98%, 전 세계 소비량의 6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브라질의 작은 커피 농장에서 자란 이 기구의 바누시아 노게이라(Vanúsia Nogueira) 사무총장은 커피 업계가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리베리카를 첨가함에 따라 커피 맛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노게이라 사무총장의 주된 걱정은 농부들의 생계입니다. 경제적 불안이 계속되기 때문입니다.
 

“커피 산업에는 공급자와 구매자가 있습니다. 구매자들은 자신들이 시장을 관리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지만 커피 원두가 공급되지 않으면 다 헛된 일입니다.”

 
한나 리스키는 볼카페가 농부들에게 어떻게 돈을 지불하는 지에 대한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농민들이나 공급자들과 장기적인 합의에 도달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매입 가격은 어떤 때는 최저 가격으로, 또 어떤 때는 커피의 세계 기준 가격으로 정해집니다.”

 
그러면서 그녀는 볼카페가 농부들을 지원하는 역할이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농민들에게는 재배 품종을 바꾸는 것은 장기적인 투자입니다. 생산을 장려하고 품종 변경을 시도할 수 있도록 가격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도 우리의 임무 중 하나입니다. 재배 농가가 없다면 우리는 커피 한 잔도 마실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사업도 할 수 없을테니까요.”

 
생산자인 키뉴아씨의 생각은 어떨까요? 그는 커피 농사는 낮은 가격과 변동성으로 인해 미래에 대해 확신이 생기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우리 농민들은 가격에 민감합니다. 커피 시장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자 한다면, 꾸준한 생산이 뒷받침될 수 있도록 원두 가격을 높게 책정하는 것이 옳지 않은가요?”

아라비카 생산량이 줄어들고 대체품종으로 리베리카가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는 것이 정해진 길로 보이는데요. 그렇게 되면 고급 커피와 일반커피의 구분이 뚜렷해지면서 지금의 입맛대로 계속 커피를 즐기려면 아무래도 커피 값을 더 내야하는 날이 곧 올 것 같습니다.

(*BBC 기사 인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