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은 기저귀가 너무 젖으면 부모에게 기저귀 갈아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자연스러운 메커니즘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응애응애 하는 울음이죠. 그러나 아기가 젖은 기저기 때문에 불편을 겪은 후라야 기저귀를 갈아준다면 아기에게 못할 일이죠. 자녀를 키워본 분들은 잘 아시겠지만 기저귀가 젖었는지 아닌지 확인하는 것도 큰 일입니다. 또 그 일을 소홀히 하면 아기가 감기에 걸리거나 피부 짓무름 같은 문제가 생기기도 하죠.
미래의 부모들은 앞으로 이런 문제는 겪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미국의 한 대학 연구팀이, 연필로 종이에 간단한 선을 그리면 그것이 센서로 변하는 획기적인 센서 기술을 개발해낸 덕분입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연구원들이, 흑연이 습기에 반응하는 원리를 활용해서 신호를 보내는 센서를 개발한 것입니다. 만드는데 드는 재료는 종이와 연필 뿐이라서 매우 저렴한 센서가 되겠는데요. 값싼 제조 비용과는 대조될 만큼 응용 분야는 무궁무진합니다. 아기 기저귀에 부착하면, 기저기 갈아야 할 때를 미리 알려주는 훌륭한 ‘기저기 교체 알리미’가 되기도 하고요. 손을 스위치에 직접 대지 않고 스위치 위로 가져가는 것 만으로도 스위치가 작동하도록 할 수도 있습니다. 손이 직접 닿지 않아도 되는 스위치가 왜 필요하냐구요? 코로나가 한창 퍼질 때 엘리베이터 버튼을 손으로 누르길 꺼려했던 기억 나지 않으십니까? 심지어 마스크에 달거나 피부에 부착하면 폐렴이나 심장마비와 같은 건강상의 문제도 사전에 체크하게 해 줍니다.
들여야 하는 비용 대비 효과 즉, 요즘 많이 쓰는 말로 가성비가 너무 좋아보이는데요. 이게 어떻게 개발됐는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활용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펜실베니아 주립대 연구원들은 사람의 건강을 위해 인체로부터 핵심적인 정보를 읽어내는 장치를 연구해 왔습니다. 이 연구를 이끌고 있는 화뉴 쳉 교수는 “우리팀이 목표하고 있는 것은 너무 늦기 전에 건강과 질병 상태를 체크해서 사전, 또는 조기에 문제를 발견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쳉 교수 연구팀은 최근 과학 학술지 나노 레터스에 “건강 모니터링 및 피부 상태 체크를 위해 염화나트륨 용액으로 처리한 종이에 연필로 그리는 연필-종이 습도 센서”라는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논문 제목처럼 이 센서는 염화나트륨 용액으로 처리된 종이에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연필로 선을 그려 만듭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센서는 습도 변화에 매우 민감해, 5.6%에서 90%에 이르는 광범위한 상대 습도 범위에서 습도 변화를 정확하게 감지해냅니다.
갤럭시 워치나 애플 워치처럼 사람이 직접 입거나 팔에 차는 웨어러블 기기들이 요즘 대세인데요. 그래서 웨어러블 센서 연구는 의료 보건, 재난 경고 및 군사 방어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요즘 들어 특히 인기 있는 연구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가운데서도 사람의 호흡 상태 모니터링 및 피부 습도 감지와 같은 건강 관리를 위해 유연한 습도 센서가 점점 더 필요해 지고 있습니다. 그러지만, 단순하고 저렴한 제조 공정으로 높은 민감도를 지니면서도 폐기하기도 용이한 센서를 개발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연구팀은 일반인들도 쉽게 만들어 사용할 수 있는 저렴한 센서를 개발하고자 했습니다. 그들이 원했던 기술을 구현하는데 연필과 종이보다 더 쉽게 일반인들이 접근할 수 있는 것은 없을 것입니다. 센서를 만들려고 수십억짜리 장비를 갖출 필요도 없습니다. 단지 소금물로 처리된 종이 위, 미리 삽입돼 있는 전극의 선 안쪽 부분에 연필로 선을 그릴 줄 알기만 하면 됩니다. 아주 간단하고 빠른 방법이죠.
이 센서 장치는 종이가 습도 변화에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방식을 이용한 것인데요. 연필 속 흑연을 이용해 물 분자 및 염화나트륨 즉, 소금 용액과 상호작용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물 분자가 종이에 흡수되면서 염화나트륨 용액이 이온화됩니다. 그러면 연필이 선으로 그려놓은 흑연으로 전자가 흐르기 시작합니다. 이 전자흐름으로 센서가 작동하면서 주변의 습도 변화를 감지해 스마트폰 등의 기기로 신호를 보내는 구조입니다.
소금 용액으로 처리한 종이 속에 미리 전극 라인을 삽입해 센서용 종이를 만드는데요. 연필로 이 종이의 전극 라인 사이로만 선을 그리면 소형 종이회로 기판이 만들어집니다. 이렇게 만들어진 종이 회로는 구리선과 은으로 만든 전도성 풀으 이용해 컴퓨터와 같은 기기로 연결하면 환경 습도 감지기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선이 없는 무선 "스마트 기저귀"와 무선 “호흡 모니터링 마스크”를 만드는 것도 어렵지 않습니다. 종이 도면을 블루투스 칩을 통해 무선신호를 발생시키면 됩니다. 물론 블르투스 칩을 작동시킬 아주 작은 배터리가 필요합니다.
호흡 모니터링 마스크의 경우, 팀은 소금 용액으로 처리된 얼굴 마스크에 직접 전극을 그렸습니다. 이 센서는 구강 호흡과 코 호흡을 쉽게 구분했으며, 심호흡, 규칙 호흡, 가쁜 호흡 등 세 가지 호흡 상태를 분류할 수 있었습니다. 수집된 호흡 데이터를 분석하면 호흡 정지, 호흡 곤란 등 다양한 질병 상태의 시작을 감지할 수 있고, 이를 통해 사물인터넷에 연결해 의료기기를 작동시키고, 원격 진료 시 진료용 데이터로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호흡수는 활력의 정도를 나타내는 기본적인 자료입니다. 관련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흡수는 심장질환, 폐렴, 임상적 악화 등 다양한 병리상태의 초기 지표가 됩니다. 또한 인지 부하, 더위, 추위, 신체적 노력, 그리고 운동으로 인한 피로와 같은 감정적 스트레스 요인을 나타낼 수 있습니다.
사람의 피부는 호흡에 비해 습도 변화가 적지만, 연구원들은 실험 대상자들이 로션을 바르거나 운동을 한 후에도 여전히 연필로 된 습도 센서를 사용하여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피부는 신체의 가장 큰 기관이기 때문에, 만약 피부가 수분을 올바르게 처리하지 않는다면, 다른 건강 문제가 진행되고 있음을 나타낼 수도 있는 것이죠.
연구팀에 따르면 각각의 질병은 우리 피부에 서로 다른 수분 손실률을 초래합니다. 그러므로 습도 센서는 피부 습도를 체크해 질병의 징후를 파악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연구팀은 또 기저귀의 흡수층 사이에 4개의 습도 센서를 넣어 젖은 정도를 감지하고 기저귀 교체 시기를 알려주는 "스마트 기저귀"를 만들었습니다.
서두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아기 기저귀가 얼마나 젖었는지 그냥 알 수 있는 방법은 없기 때문에 이렇게 교체 시기를 알려주는 것은 아기 키우는 부모들에게 정말 가치가 있습니다. 기저기에 부착된 센서는 단기적으로는 기저귀 교체 알리미 역할을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부모에게 아이의 전반적인 건강 상태를 알려줄 수 있는 패턴을 보여줄 수도 있습니다.
연구팀은 자신들이 개발한 습도 센서는 "스마트 기저귀"와 호흡 및 땀 모니터링 뿐만아니라 훨씬 광범위한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연구팀이 제시하는 또다른 용도 가운데 하나는 비접촉식 스위치입니다. 이 스위치는 손가락이 센서에 닿지 않아도 손가락의 습도를 감지해 스스로 작동합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이 비접촉 스위치를 이용해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고, 키보드를 연주하며, LED 등을 켰습니다.
연구팀은 손가락에 있는 습기는 버튼을 만질 필요도 없이 근처에 가기만 해도 물분자를 확산시켜 신호를 발생시킵니다.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릴 때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 것은 신체접촉을 통한 감염 우려 때문이었는데요. 이런 비접촉식 스위치는 전염병 확산이나 오염을 막는 중요한 도구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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