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뒤가 뒤바뀐 AI 모델 번호에 얽힌 이야기: GPT-4.1이 GPT-4.5를 뛰어넘은 신기한 에피소드
수학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AI 버전 번호는?
우리는 일상에서 더 큰 숫자가 '더 발전된', '더 새로운', '더 좋은' 것을 의미한다고 배웠습니다. 휴대폰은 iPhone 14에서 iPhone 15로, 소프트웨어는 Windows 10에서 Windows 11로 진화합니다. 삼성 갤럭시폰 플래그쉽 모델도 S1에서 시작해서 숫자가 높아져 이제는 S25까지 진화했습니다. 이처럼 숫자가 커질수록 더 발전한다는 논리는 단순하고 직관적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 세계에서는, 특히 OpenAI의 세계에서는 이런 수학적 직관이 반드시 들어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최근 인공지능 업계를 놀라게 한 GPT-4.1과 GPT-4.5의 사례가 바로 그렇습니다.
숫자 게임: GPT-4.5 vs GPT-4.1
2025년 2월, OpenAI는 GPT-4.5를 출시했습니다. 이 모델은 "지금까지 가장 크고 최고의 채팅 모델"로 소개되었으며, "거대하고 비싼 모델"이라는 샘 알트먼(Sam Altman)의 표현처럼 엄청난 규모와 복잡성을 자랑했습니다. 인공지능 팬들과 개발자들은 이 새로운 모델에 열광했고, 그것이 AI의 최신 정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단 두 달 후인 2025년 4월, OpenAI는 GPT-4.1을 출시했습니다. 숫자만 보면 명백히 "다운그레이드"처럼 보이는 이 모델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의아해했습니다. "왜 4.5 다음에 4.1을 출시하는 거지?"라는 질문이 기술 포럼과 소셜 미디어에 넘쳐났습니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 '작은 숫자'의 GPT-4.1은 사실 많은 면에서 '큰 숫자'의 GPT-4.5보다 뛰어난 성능을 보여주었습니다. 특히 코딩 분야에서 GPT-4.1은 GPT-4.5보다 26.6%나 향상된 성능을 보였습니다. 이는 마치 iPhone 13이 iPhone 14보다 더 빠르고 강력하다고 발표하는 것과 같은 이례적인 상황이었습니다.
다른 길을 걷는 두 모델: 절대 경량화 버전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에는 GPT-4.1이 GPT-4.5의 경량화 버전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두 모델은 완전히 다른 설계 철학과 목표를 가지고 개발되었습니다.
GPT-4.5는 "비지도 학습 확장"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 모델은 단계별 추론 대신 패턴 인식, 연결 도출, 창의적인 통찰력 생성 능력을 향상시키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샘 알트먼은 이 모델이 "마법 같은 느낌을 주는" 모델이라고 표현했으며, 더 자연스러운 대화와 높은 감성 지능(EQ)을 통해 사용자와의 상호작용을 향상시키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반면, GPT-4.1은 실용적인 작업 수행 능력에 중점을 두었습니다. 특히 코딩, 지시 따르기, 대규모 컨텍스트 처리 등의 영역에서 탁월한 성능을 보이도록 설계되었습니다. 긴 코드베이스를 이해하고, 복잡한 지시를 정확히 따르며, 방대한 문서에서 정보를 추출하는 능력이 핵심 목표였습니다. 결국 두 모델은 목표했던 바가 달랐던 것이죠.
각자의 강점: 같은 AI 가족의 다른 전문성
가격 측면에서 GPT-4.5는 매우 비싼 모델로, 백만 입력 토큰당 75달러, 백만 출력 토큰당 150달러라는 OpenAI의 가장 비싼 제품 중 하나입니다. 반면 GPT-4.1은 이보다 훨씬 저렴하면서도 주요 영역에서는 비슷하거나 더 나은 성능을 제공합니다.
그러나 모든 영역에서 GPT-4.1이 우수한 것은 아닙니다. 사실적 정확성과 환각(hallucination) 감소 측면에서는 GPT-4.5가 여전히 강점을 보입니다. GPT-4.5는 SimpleQA에서 62.5%의 정확도로 다른 모델들을 크게 앞섰으며, 37.1%라는 가장 낮은 환각률을 기록했습니다. 또한 인간 테스터들은 특히 전문적인 쿼리에서 63.2%의 승률로 GPT-4.5를 선호했습니다.
GPT-4.5는 창의적 글쓰기, 공감적 대화, 사실 기반 정보 제공에 강점을 보이는 반면, GPT-4.1은 코딩과 기술적 작업, 그리고 비용 효율성에서 우수한 성능을 발휘합니다. 이는 마치 같은 가족에서 태어났지만 각자 다른 재능을 가진 형제와 같은 모습입니다.
대형 AI의 운명: 거대함이 항상 최선은 아니다
이러한 현상은 인공지능 세계의 흥미로운 변화를 보여줍니다. 최근까지 AI 개발의 트렌드는 '더 크고, 더 복잡하고, 더 많은 데이터'였습니다. 그러나 GPT-4.1의 성공은 단순히 모델의 크기를 키우는 것보다 효율성과 특정 작업에 대한 최적화가 더 중요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OpenAI는 결국 GPT-4.5를 단계적으로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개발자들은 2025년 7월 14일까지만 API를 통해 GPT-4.5에 접근할 수 있게 되었고, 이후에는 모두 GPT-4.1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는 거대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모델보다 더 효율적이고 특정 작업에 더 뛰어난 모델을 선호하는 방향으로의 전환을 나타냅니다.
인공지능 개발의 새로운 패러다임
이 에피소드는 인공지능 개발에 있어 크기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물론 대규모 모델은 여전히 중요하며 특정 작업에서는 우수한 성능을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GPT-4.1의 사례는 특화된 훈련, 효율적인 알고리즘, 그리고 목적에 맞는 최적화가 때로는 단순한 규모 확장보다 더 나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알트먼은 은 GPT-4.5를 "마지막 비(非)사고 연쇄 모델(last non-chain-of-thought model)"이라고 언급했는데, 이는 OpenAI가 단순히 모델 크기를 키우는 접근법에서 벗어나 새로운 추론 방식과 아키텍처를 탐구하고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간 대형언어모델 개발에 있어서 지배적인 접근법이었던 "비 사고 연쇄" 패러다임은 복잡한 추론이 필요한 문제에서 정확성과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큰 문제점으로 대두됐습니다. 이 모델들은 학습 데이터의 패턴에 지나치게 의존하여 표면적으로 그럴듯한 답변을 생성하지만, 실제 논리적 사고 과정이 없어 수학적 계산, 다단계 추론, 인과관계 파악 등에서 오류를 범하기 쉽습니다.
또한 결론에 도달하는 과정이 블랙박스처럼 불투명하여 모델이 왜 특정 답변을 제시했는지 확인하거나 디버깅하기 어렵고, 이러한 불투명성은 환각(hallucination) 현상과 잘못된 정보 제공 가능성을 높입니다. 규모 확장만으로는 이러한 근본적인 한계를 완전히 극복하기 어렵다는 점이 비-사고 연쇄 모델의 가장 중요한 한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알트먼이 GPT-4.5를 "마지막 비 사고 연쇄 모델"이라고 한 것은 인공지능 개발의 중요한 패러다임 전환을 시사합니다.
비 사고 연쇄 모델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 "사고 연쇄(chain-of-thought)" 방식은 인공지능이 문제를 해결할 때 인간처럼 단계적으로 추론하는 과정을 말합니다. 기존의 대형언어모델들은 주로 패턴 인식과 확률에 기반하여 답변을 생성했습니다. 이 모델들은 엄청난 양의 텍스트 데이터를 학습하고 패턴을 파악하여 그럴듯한 답변을 생성하지만, 실제로 "사고"를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OpenAI의 o1, o3-mini와 같은 새로운 "추론 모델"들은 답변을 즉시 생성하는 대신, 먼저 문제에 대해 생각하고 단계별로 추론한 후 결론에 도달합니다. 이는 마치 학생이 수학 문제를 풀 때 중간 과정을 모두 적어 나가는 것과 유사합니다.
알트먼의 발언은 OpenAI가 앞으로 이러한 사고 연쇄 방식의 모델 개발에 더 집중할 것임을 암시합니다. 이는 단순히 더 많은 데이터로 더 큰 모델을 만드는 접근법에서 벗어나, 모델이 어떻게 생각하고 추론하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질적인 전환을 의미합니다.
이러한 전환은 인공지능이 더 복잡한 추론 작업, 수학적 문제 해결, 과학적 탐구 등을 더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해주며, 단순한 패턴 매칭을 넘어 보다 심층적인 이해와 추론 능력을 갖춘 인공지능으로 발전하는 중요한 단계입니다.
사용자 접근성: API만 가능한 GPT-4.1
"어 내 챗GPT 계정에서는 왜 GPT-4.1이 안 나타나지?" 네, 맞습니다. GPT-4.1은 2025년 4월 14일에 출시되었지만 일반 사용자들이 직접 접근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GPT-4.1은 OpenAI의 API를 통해서만 제공되며, 주로 개발자와 기업을 대상으로 한 서비스입니다. 일반 사용자나 ChatGPT 프리미엄(Plus) 구독자에게는 직접 제공되지 않고 있는 것이죠.
그러나 일반 사용자들이 완전히 소외된 것은 아닙니다. OpenAI는 GPT-4.1에서 개발된 개선된 지시사항 준수, 코딩 능력, 장문 이해 능력 등의 기능을 점진적으로 ChatGPT의 최신 기본 모델인 GPT-4o에 통합하고 있습니다. 이는 API에 직접 접근하지 않는 일반 사용자들도 간접적으로 이러한 발전된 기능의 혜택을 누릴 수 있음을 의미합니다.
반면 GPT-4.5는 출시 당시 ChatGPT Pro 사용자(월 $200)에게 즉시 제공되었고, ChatGPT Plus 사용자(월 $20)에게는 일주일 후에 제공되었습니다. 이러한 접근성의 차이는 두 모델의 목적과 대상 사용자층이 다르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GPT-4.5는 더 넓은 사용자 기반을 위한 모델인 반면, GPT-4.1은 보다 전문적인 개발 환경을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두 가지 다른 추론 방식: 직관 vs 단계적 사고
GPT-4.1과 GPT-4.5의 차이는 단순히 성능 지표의 차이를 넘어, 근본적인 설계 철학의 차이를 반영합니다. GPT-4.5는 비지도 학습 확장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더 직관적이고 자연스러운 대화를 위해 설계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직관에 의존하여 빠르게 통찰력을 얻는 사람과 같습니다.
반면 GPT-4.1은 코딩과 지시 따르기에 중점을 두고 설계되었으며, 복잡한 컨텍스트를 처리하는 능력이 강화되었습니다. 이는 마치 문제를 단계별로 분석하고 해결하는 체계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과 유사합니다.
이러한 철학적 차이는 OpenAI가 다양한 유형의 AI 모델을 탐색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이는 하나의 "최고" 모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기 다른 강점을 가진 특화된 모델들의 생태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시사합니다.
숫자 너머의 미래
GPT-4.1과 GPT-4.5의 이야기는 버전 번호가 항상 기술의 발전을 정확히 반영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상기시킵니다. 기술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숫자가 아니라 실제 성능과 유용성입니다.
앞으로 우리는 아마도 인공지능 모델이 단순히 더 크고 더 많은 데이터를 처리하는 것을 넘어, 특정 작업에 더 특화되고 효율적으로 최적화되는 방향으로 발전하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GPT-4.1이 GPT-4.5를 대체하는 이 역설적인 사건은 아마도 AI 개발의 새로운 시대, 즉 '스마터하게 개발하는'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일지도 모릅니다.
결국 숫자는 그저 숫자일 뿐이며, 진정한 혁신은 그 숫자 너머에 있습니다. 인공지능의 세계에서는 더 큰 숫자가 항상 더 나은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GPT-4.1과 GPT-4.5의 이야기를 통해 배울 수 있습니다.
최적의 도구 선택: 작업에 맞는 AI
이 두 모델의 사례는 AI 사용자들에게도 중요한 교훈을 줍니다. 항상 "최신" 또는 "최대"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작업에 가장 적합한 모델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창의적인 글쓰기나 공감적 대화가 필요하다면 GPT-4.5와 같은 모델이 유리할 수 있고, 코딩이나 기술적 작업이 필요하다면 GPT-4.1과 같은 모델이 더 효과적일 수 있습니다.
결국 좋은 장인은 도구의 숫자가 아니라 작업에 가장 적합한 도구를 선택합니다. AI 모델을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버전 번호에 현혹되지 말고, 실제 필요에 맞는 모델을 선택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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