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소스 기업 인수한 IBM, 글로벌 클라우드 시장에서 입지 강화
메타의 오픈 소스 모델 '라마 3.1', AI 업계에 태풍 몰고 올 것
IBM은 2019년 7월 레드햇(Red Hat)이라는 기업을 340억 달러에 인수했다. 우리 돈으로 무려 47조 원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레드햇이 오픈 소스(Open Source) 소프트웨어, 그러니까 공짜 프로그램을 만들어 뿌리는 기업이라는 사실이다. 공짜로 퍼주는 이런 기업이 돈 버는 특별한 마법이라도 가지고 있는 걸까?
컴퓨터 프로그램이 처음으로 개발되기 시작하던 1950년대와 1960년대. 컴퓨터 프로그래머들 사이에는 소프트웨어를 자유롭게 공유하는 문화가 형성돼 있었다. 당시 소프트웨어는 주로 대학교와 연구소에서 개발되었는데, 컴퓨터 사용자는 소프트웨어의 소스 코드를 자유롭게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었다. 1969년에 AT&T 벨 연구소에서 개발된 후 1970년대에 학계와 연구기관에서 널리 사용되던 유닉스(Unix)도 초기에는 무료로 배포됐다. 1980년대에 들어서자 AT&T는 유닉스 시스템을 라이선스 형태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유닉스는 더 이상 무료가 아니라 상당히 비싼 가격의 유료 소프트웨어가 된 것이다.
유닉스가 유료로 전환되자, 하버드 대학과 MIT 대학원 출신으로 해커 커뮤니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던 리처드 스톨만(Richard Stallman)이 나섰다. 그는 유닉스와 호환되는 자유 소프트웨어 운영체제를 개발하여 소프트웨어 사용자의 자유를 회복하고자 GNU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GNU는 자유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운영체제와 그와 관련된 일군의 소프트웨어를 의미하며, 유닉스와 호환되는 완전한 운영체제를 만들기 위해 시작된 프로젝트였다. 그리고 자유 소프트웨어 재단(FSF)도 설립했다. 유료에 대항해 자유로운 사용권을 획득하려는 오픈 소스 운동의 서막이 오른 것이다.
스톨먼의 오픈소스 철학에서는 4가지 자유가 강조됐다; ▲프로그램을 실행할 자유 ▲프로그램을 변경할 자유 ▲프로그램 복사본을 재배포할 자유 ▲변경한 프로그램을 배포할 자유. 이후 리눅스(Linux), 아파치 HTTP 서버, 모질라 파이어폭스, 아파치 하둡, 깃(Git) 등 유수의 소프트웨어들이 오픈 소스로 공개됐다. 특히 리눅스는 유닉스 계열의 운영체제로, GNU 프로젝트의 도구들과 결합하여 완전한 운영체제가 되었으며, 현재 가장 널리 사용되는 오픈 소스 운영체제 중 하나다.
최근 메타(구 페이스북)는 자사가 개발한 최신 생성형 AI 모델인 ‘라마(Llama) 3.1’을 오픈 소스로 출시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라마3.1이 여러 평가 항목에서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GPT-4o(포 옴니)를 앞선다고 한다. 이런 막강한 AI 모델을 메타는 오픈 소스로 제공한 것인데, 이는 오픈AI나 구글이 AI 모델을 비공개로 유지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라마와 같이 매개변수가 수천억 개에 달하는 고성능 대형언어모델을 개발하는 데는 거의 천문학적인 비용이 든다. 그런데도 메타가 오픈 소스 정책을 쓰는 것은 언뜻 이해되지 않는다. 스톨먼의 오픈소스 철학을 이어받은 것인가? 아니면 보이지 않는 경제 논리가 따로 작동하는 것인가?
레드햇이 배포한 오픈 소스 프로그램으로는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Red Hat Enterprise Linux, RHEL)가 널리 알려져 있으며, 이외에도 컨테이너 애플리케이션 플랫폼인 OpenShift, IT 자동화 도구인 Ansible, 그리고 클라우드 인프라 솔루션인 OpenStack Platform 등 다양한 엔터프라이즈 솔루션을 제공한다. 레드햇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독특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무료로 뿌리지만, 이 소프트웨어에 대한 업데이트, 패치, 기술 지원에 대해서는 구독료를 받는다. 공개된 소스는 수많은 사용자에 의해 활발하게 성능 개선이 이루어진다. 이처럼 공짜와 유료를 절묘하게 섞어서 혁신과 수익 창출을 동시에 이루고자 하는 것이다.
오픈 소스 비즈니스 모델은 크게 오픈 코어 모델과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로 나눠볼 수 있다. 오픈 코어 모델은 소프트웨어의 핵심 기능을 무료로 공개하고, 추가적인 프리미엄 기능을 유료로 제공하는 방식이다. 핵심 소프트웨어 코드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개되며, 주로 깃허브(GitHub, 개발자들이 소스 코드를 관리하고 협업할 수 있도록 돕는 웹 기반 플랫폼)와 같은 플랫폼에 배포된다. 개발사는 소프트웨어의 로드맵을 설정하고,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며, 코드 품질을 유지한다. 이들은 보안, 컴플라이언스(법률, 규제, 정책, 및 표준을 준수하는 데 필요한 기능), 고가용성(High Availability), 협업 기능 등 기업용 기능에 대해 비용을 청구한다. 한편으로, 사용자 커뮤니티는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개선하며, 버그를 수정하는 등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돈을 들이지 않고도 소프트웨어 성능 개선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클라우드 서비스 모델은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클라우드에서 호스팅하고 관리하는 방식이다. 이 모델에서는 소프트웨어의 전체 기능을 클라우드에 제공하고, 이를 사용하려는 사용자에게 구독료나 사용료를 부과한다. 기본적인 오픈 코어 기능만을 제공하는 무료 버전를 두되, 추가 기능이 포함된 유료 버전을 구매하도록 유도한다. 클라우드 서비스를 통해 고객은 자체 인프라를 운영하고 관리할 필요 없이 손쉽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사용 편의성과 비용 효율성 덕분에 많은 기업들이 선호하는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위에서 살펴본 레드햇을 포함해 몽고DB(MongoDB) 등 많은 오픈 소스 기업들이 이 모델을 채택하여 강력한 성장을 이루고 있다.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는 공짜이면서 동시에 공짜가 아니다. 그리고 공짜와 유료의 효용을 동시에 낳는, 한마디로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이기도 한 것이다. 그렇다면 47조 원이나 주고 레드햇을 산 IBM은 어떻게 됐을까? 레드햇의 강력한 오픈소스 솔루션 덕분에 IBM은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고, 아마존의 AWS(Amazon Web Services).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 등과 경쟁할 수 있게 됐다. 2018년 시가총액 1,010억 달러였던 IBM은 2019년 레드햇을 인수한 후 2024년 현재 1,690억 달러로 성장했다.
그렇다. 라마 3.1이 몰고 올 오픈 소스 태풍이 AI 업계를 강타하게 될 날도 그리 멀지 않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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