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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각과 청각을 정복한 AI, 이제는 후각을 넘본다

임정혁의 미래학 2026. 3. 12. 00:30

AI가 냄새도 맡는다... 후각 디지털화 프로젝트
미국 스타트업 오스모, 냄새맡는 AI 개발해 질병 조기 진단에 활용할 계획
‘냄새 순간 전송’ 가능해지면, 생활, 산업, 문화 등 다방면에 혁신적 영향

 

인간의 감각은 오감으로 이루어져 있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다. AI는 인간의 지능을 모방하여 인간을 대신해 생각하고 추론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주된 목표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인간이 느끼는 오감도 함께 모방할 수 있어야 한다.

현 단계에서 AI는 오감 가운데 시각과 청각을 모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췄다고 할 수 있다. 오픈AI의 최신 모델인 ChatGPT-4o(포 옴니) 버전은 음성인식을 통해 사람의 말을 알아듣고 음성으로 대답한다. 또 이미지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으며, 텍스트나 음성으로 명령을 받으면 그에 맞는 그림을 그릴 수도 있다. 


그렇다면 AI는 냄새도 맡고 이해할 수 있을까? 바꿔 말하면, AI에게 냄새를 학습시킬 수 있을까? 무모해 보이는 이 과제를 성공시키겠다고 덤벼든 스타트업이 있다. 미국에 있는 오스모(Osmo)라는 회사인데, AI 기술을 활용해 후각을 디지털화하려고 하는 것이다. 

이 회사의 창립자인 알렉스 윌츠코(Alex Wiltschko) 대표는 컴퓨터가 이미지를 생성하듯이 냄새를 생성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술을 사용한다. 그는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오랫동안 냄새에 빠져 있었고, 냄새가 매우 중요한 감각임에도 우리가 아는 것이 매우 적다고 설명했다.

오스모 CEO 알렉스 윌츠코 (사진: 오스모)

 

AI가 후각을 학습해서 냄새를 감지하고 생성하는 능력이 생긴다면 인간에게는 어떤 도움이 될까? 월츠코의 말을 빌면 “냄새에는 질병을 감지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되어 있다.” 그래서 오스모는 이 기술을 개발해 질병을 조기에 식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컴퓨터가 냄새를 이해하거나 냄새 데이터를 해석할 능력이 없다. 

구글 리서치(Google Research)에서 윌츠코가 이끌던 팀은 냄새를 디지털화 하기 위해 머신 러닝 소프트웨어를 사용하여 "주요 냄새 지도(principal odor map)"를 개발했다. 이를 위해 팀은 꽃향기, 과일향, 민트향 등 다양한 향기 범주로 나뉜 5,000개의 향료 분자로 AI 모델을 훈련시켰다.

분자의 냄새를 예측하는 것이 매우 어렵다. 그 이유는 분자의 구조에서 아주 작은 부분, 예를 들어 하나의 결합만 이동해도 장미 향이 썩은 계란 냄새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AI 기술의 발전 덕분에, 이 모델은 분자의 다양한 구조에서 패턴을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다른 분자들의 냄새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게 되었다. 월츠코는 자신들이 학습시킨 AI 모델이 "사물의 냄새를 예측하는 데 있어 인간의 능력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말했다.

후각 디지털화 AI 모델을 구축하는 과정은 이렇다. 일반적으로 챗봇과 같은 대형 언어 모델은 인터넷에서 데이터를 학습할 수 있지만, 냄새에 대한 디지털 정보는 얻을 수 없다. 그래서 윌츠코는 향수 회사들로부터 데이터를 얻었다. 그러나 데이터가 기대만큼 적합하지는 못했다. 

결국, 윌츠코 팀은 새로운 종류의 데이터를 직접 구축하기로 했다. 그들은 마스터 조향사들이 설명한 수천 개의 분자와 그 향에 대한 설명을 수집한 후, 이러한 데이터를 그래프 신경망(GNN)에 입력했다. GNN은 복잡한 연결 구조를 가진 데이터를 분석하는 인공지능 기술이다.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보여주는 소셜 네트워크나 분자의 화학 구조를 이해할 때 매우 유용하다. GNN은 각 요소 또는 분자를 노드로, 그리고 그들 사이의 관계 또는 결합을 엣지로 표현해 분석하고, 패턴을 찾아내며, 이를 바탕으로 예측이나 분류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처럼 GNN은 복잡하게 연결된 데이터를 이해하고 처리하는 데 특화된 AI 학습 알고리즘이라고 할 수 있다. 

윌츠코의 팀은 GNN을 사용하여 AI 모델이 원자, 그들을 연결하는 결합, 그리고 그 분자 구조가 어떻게 냄새를 결정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학습시켰다. 이 프로젝트는 이미 상당한 진전을 이루고 있으며, 현재는 AI 모델을 활용해 분자의 구조로부터 냄새를 예측할 수 있는데, 이 모델은 인간 패널보다 더 정확하게 냄새를 설명할 수 있다. 

회사는 향후 이 기술을 사용해 냄새를 디지털화하여 한 위치에서 다른 위치로 전송하는 "냄새 순간 전송" 기술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는 AI 모델이 냄새를 실제로 이해할 수 있는지를 증명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만일 냄새를 전송하는 기술이 실현된다면  우리의 삶과 여러 산업에 다양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우선, 원격 감각 경험이 가능해진다. 예를 들어, 여행을 가지 않고도 특정 관광지의 냄새를 집에서 느낄 수 있게 되어, 집에서도 생생한 여행 경험을 즐길 수 있다. 이는 여행업뿐만 아니라 가상현실(VR)과 결합되어 새로운 형태의 체험형 콘텐츠를 창출할 수 있다.

향수와 음식 산업도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다. 온라인 쇼핑에서 소비자는 실제로 제품의 냄새를 맡아보고 구매를 결정할 수 있게 되어, 제품 선택의 폭이 넓어지고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이는 전자상거래의 혁신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심지어 문화 및 예술 분야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예컨대 연극이나 영화에서 특정 장면에 맞는 냄새를 함께 전달함으로써 관객의 몰입감을 극대화할 수 있다. 이는 오감 체험형 콘텐츠의 새로운 장을 열어, 더 깊은 감동과 기억에 남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오스모의 목표처럼 의료 진단에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특정 질병은 체내에서 나는 냄새로 진단이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냄새 텔레포트 기술을 통해 환자의 냄새를 원격으로 전달하고 분석함으로써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가능해질 수 있다. 이는 특히 접근이 어려운 지역에서의 원격 진료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미지의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기업의 CEO인 월츠코는 “우리는 기술을 완성해 가는 단계에 있으며, 결국에는 냄새를 통해 질병을 감지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당장은 이루어지지 않겠지만, 우리는 그 길을 가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