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차 시대가 점점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영국에서는 오는 5월이 되면 자율주행 버스를 만날 수 있게 됩니다. 스코틀랜드 수도인 애딘버러와 교외의 한 도시를 연결하는 23km 구간을 달리게 되는 세계 최초로 상용화되는 자율주행 버스입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는 이미 작년부터 '로보 택시'라고 불리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선진 국가들 대부분이 자율주행차 시대를 맞을 준비를 서두르고 있습니다.
싫건 좋건 머지않아 우리 모두는 자율주행차를 타게 될텐데요. 무엇보다 자율주행차는 우리가 운전할 필요가 없으므로 운전하는 노고부터 해방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운전자들은 교통사고 후 책임 범위를 따지고 보험사와 보험금으로 다투는 불쾌한 경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으로는 운전할 필요가 없어지니 이런 불쾌한 경험은 다시는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가 운행되는 도중 사고가 나면 어떻게 될까요? 운전자가 없는데 누구에게 사고의 책임을 물어야 할까요?
자율주행차를 현실화 시킬 기술들이 급속히 발전하고 있고, 전 세계 국가들이 도로에서 점차 자동화 수준을 높여 갈수록 이 역시 현실적인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문제가 아직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지는 않은데요. 영국의 경우에는 2025년까지 자율주행차를 도입하기 위한 새로운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자동차가 자율 주행 모드에 있을 때 발생하는 사고에 대해 '운전자가 아닌 자율주행차 제조업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영국의 그랜트 샥스 교통부 장관의 말입니다.
"우리는 영국이 이 환상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활용하는 데 앞선 나라가 되길 바라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안전에 대한 중요한 연구에 수백만 달러를 투자할 것이며, 이 기술이 약속하는 모든 혜택을 확실히 얻을 수 있도록 법률을 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영국의 자율주행차 상용화 계획은 새로운 법률로 구성될 것이며, 다양한 국가들이 서로 다른 정책 프레임워크를 제정하는 가운데 글로벌 패치워크 시스템이 등장함에 따라 이루어졌습니다.
예를 들어, 프랑스는 자율주행차에 대한 전국적인 규제 체제를 승인한 최초의 국가 중 하나입니다. 오는 9월부터 시행될 예정인 이 정책은 차량이 자율주행을 할 때 운전자에 대한 책임을 면제해 줍니다. 독일과 일본도 자율주행차 사용자에 대한 다양한 수준의 책임 보호를 법제화했습니다.
미국에서는 정책 수립이 주로 주 정부들로 위임되면서 규제가 통일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어떤 부분에서는 운전자가 책임을 져야 하는 등 책임 소재에 대한 판단이 다소 모호하게 남아 있습니다. 일례로, 2019년에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사고로 두 명이 사망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사고와 관련하여 올해 1월,사고 당시 차량에 타고 있던 남성이 캘리포니아주에서 차량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됐습니다.
하지만 미국 연방정부가 자율주행차를 위한 보편적인 프레임워크를 만들어, 안전 기준과 책임 보호 등 다양한 법적 책임과 관련한 통일된 내용을 담아 관련 규제를 개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4월 12명의 의원들이 미국 교통부에 서한을 보내 자율주행차에 대한 포괄적인 연방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세계경제포럼(다보스 포럼)의 자동차 및 신 모빌리티 산업 담장자인 마야 벤 드로르(Maya Ben Dror) 씨는 이렇게 말합니다.
"기술의 확장과 상용화를 막는 구시대적인 규제를 제거하면 긍정적인 영향을 가속화할 수 있습니다. 포괄적 자율주행차 정책 수립의 글로벌 리더라고 할 수 있는 영국이 책임 관련 규정을 업데이트 한 것은 결코 놀라운 일이 아닙니다."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책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습니다. 2015년에 볼보는 자동차가 자율 주행 모드로 작동할 때 책임을 인정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볼보는 그러한 공약을 한 최초의 자동차 제조사들 중 하나였습니다.
자율주행차가 사람이 운전하는 자동차보다 안전할 것이라는 공감대가 커지면서, 누가 자율주행차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하는가라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사실, 오늘날 도로 사고의 거의 80%가 인간의 실수 때문에 발생합니다.
영국의 관련 법제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적절한 개발과 안전 가드레일 등의 안전장치를 통해 자율주행차가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를 위해 도로가 훨씬 더 안전하게 조성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이러한 요구에 따라 새로운 영국 프레임워크는 더 많은 안전 연구를 위해 3,400만 파운드, 우리돈으로 약 560억원을 배정했습니다.
영국 자동차협회의 에드먼드 킹 회장은 이렇게 말합니다.
"자율 비상 브레이크와 적응식 정속주행 시스템과 같은 보조 운전 시스템은 이미 수백만 명의 운전자들이 도로에서 안전하게 자동차를 운행할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자율주행 시스템은 수천 명의 생명을 구하고 노인과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의 이동성을 개선한다는 측면에서 추구할 가치가 충분히 있습니다."
운전자에 대한 책임 보호와 마찬가지로 자율 주행 자동차 안전 표준도 보다 체계적으로 제정되어야 할 것입니다.
세계경제포럼의 자동차 안전 운행 팀은 '안전한 자율주행 정책 만들기' 보고서에서 자율주행차의 안전과 관련해 이렇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안전을 정의하는 문제는 필연적으로 자동차 운행 환경과 관련되기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자율주행차의 안전을 위한 기준을 설정하는 데는 합의를 도출하기 쉽지 않습니다.”
자율주행차의 상용화가 눈앞에 다가왔지만 아직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안전과 책임에 관한 각 나라들의 정책과 제도 마련이 국제 표준과 함께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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