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스포츠카 레이스 '밀레 밀리아'에 자율주행차가 참가하는 시대
이탈리아의 상징과도 같았던 ‘밀레 밀리아(Mille Miglia)’. 이탈리아에서 열리던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레이싱’으로 평가되던 스포츠카 레이스 ‘밀레 밀리아’. 밀레 밀리아는 이탈리아어로 1,000마일(약 1,600km)를 뜻하는데, 이름 그대로 이탈리아의 일반 도로를 1,000마일이나 달려야 하는 혹독한 자동차 경주 이벤트였습니다.
밀레 밀리아는 1년에 한 번씩 이태리 북부의 브레시아를 출발해 이탈리아의 주요 도시인 로마, 피렌체 등 50여개의 크고 작은 도시를 지나 다시 브레시아로 돌아오는 코스의 일반 도로 1,000마일을 달리는 내구 레이스였습니다. 1927년에 처음 시작되어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인 1938년까지 열렸고, 전쟁 중인 1940년에 한 차례 열린 후 휴식기를 거쳐 다시 1947년부터 재개됐습니다. 그러나 1957년에 대사고가 발생하면서 중단됐습니다. 이 때의 대형 사고를 포함해 1957년까지 총 56명의 사망자를 냈습니다. 일반 도로에서 치러지는 만큼 관중이 위험한 상황에 노출되기 쉽고, 운전자와 차에게 지나치게 가혹해 대형 사고로 이어지게 된 것인데요. 차의 내구성 이상으로 운전자의 체력과 정신력이 중요한 레이스였습니다. 연료 재급유 때를 빼고 1,000마일을 끊임없이 달려야 하는 경주이기 때문이죠.
그러다가 20년이 지난 1977년에 다시 부활하게 되었는데, 새롭게 개최된 밀레 밀리아는 1927년에서 1957년 사이에 제작된 클래식 자동차만 참여할 수 있는 독특한 대회로 바뀌었으며, 오늘날까지 대표적인 빈티지 자동차 경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유서 깊은 스포츠카 경주 대회가 2023년인 올해 세계 최초로 자율주행차가 참여해 카 레이싱에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됩니다. 참여하는 자율주행차 모델은 밀라노 폴리텍이 1000-MAD(1000 Miglia Autonomous Drive) 프로젝트 즉, 1,000마일 자율주행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개발한 마세라티 ‘MC20 시엘로’가 될 예정입니다.
V6 트윈 터보 엔진이 장착된 미드 엔진(엔진이 차체 중앙에 장착된 차) 슈퍼카 MC20은 도로와 트랙에서 스릴 넘치는 민첩성으로 전 세계적인 찬사를 받고 있습니다. 이번 경주에서는 브레시아에서 로마까지 간 다음 산마리노, 시에나, 파르마, 베르가모와 같은 유명 도시들을 순환하는 밀레 밀리아 루트를 따라 1,000마일 구간을 운전자 없이 자율주행할 것입니다.
MC20은 과거 밀레 밀리아와 함께 하며 세계적 명성을 얻은 마세라티가 밀라노 폴리테크닉 대학에 제공한 슈퍼카입니다. 밀라노 폴리테크닉대 자율주행차 팀은 그 차에 센서, 통신 시스템, 컴퓨터 및 소프트웨어로 구성된 자율주행 시스템을 탑재했습니다.
광범위한 기술로 완성된 자율주행 시스템만으로도 이 마세라티가 완전 무인으로 주행하는 데 전혀 부족함이 없지만, 이탈리아 당국이 정한 규정을 준수하기 위해 밀레 밀리아 톱 클래스 선수인 마테오 마르조토가 인간 보조 운전자로 차량에 탑승하게 됩니다. 원래 경주 차에는 레이서 2명이 탑승합니다.
이 신박한 레이스 계획은 보통의 클래식 도로 경주로는 비할 수 없는 엄청난 대중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만큼, 더 깊고 장기적인 야망이 내포돼 있습니다.
이벤트가 완료되면 향후 12개월 동안 MC20의 자율주행 기술은 더욱 개선되고 발전될 것입니다. 이 자동차에 탑재된 인공지능은 2024년에 밀레 밀리아 풀 코스를 완전 자율주행 완주를 목표로 자동차 전용도로, 지방도, 국도 등 밀레 밀리아와 유사한 경로를 주행하면서 더욱 진화될 것입니다.
또한 이 작업을 통해 전통적인 자동차 메이커인 마세라티와 자율주행 기술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밀라노 폴리테크닉 대학교와의 관계가 가일층 돈독해질 전망입니다. 이 둘은 자동화된 기술과 차량 제어 시스템에 대해 10년 이상 협력해 왔습니다.
밀라노 폴리테크닉 대의 자율주행차 팀은 지난 해 라스베가스 모터스피드웨이에서 열린CES 2022 인디 자율주행 챌린지에서 우승을 차지한 팀이기도 합니다. 인디 자율주행 챌린지는 각 대학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스포츠용 전기자동차를 기반으로 진행되는데요. 1대1 토너먼트를 방식으로 승부를 겨루며, 최고속도에 따라 승패를 결정합니다. 참고로 이 대회에서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참가한 우리나라의 카이스트 팀이 총 25개 팀 가운데 4위를 차지했습니다.
밀레 밀리아 대회에 자율주행차 참가를 기획한 주최측은 이 유명한 자동차 경주를 통해 자국 내에서 자율주행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하는 목적이 큽니다. 밀라노폴리텍 대학의 연구 자료에 따르면 이탈리아 소비자들은 자율주행차에 대해 50%가 사용할 준비가 돼 있다고 답했고, 50%는 사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습니다. 사용을 꺼리는 사람들 중 33%는 전기자동차가 안전하지 않다고 우려하기 때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해관계자들은 이 프로젝트를 통해 이탈리아가 자율주행 분야의 기술적 리더임을 홍보하고 자율주행차에 대한 국가의 규제 프레임워크 개발에 도움을 주길 바라고 있습니다.
한편, 2023 밀레 밀리아 대회는 오는 6월 13일에서 17일까지 5일간 열리며, 전 세계에서 405대의 스포츠카가 참가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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