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산업혁명과 준비된 미래

급속한 4차산업혁명 기술의 발전이 우리 삶을 송두리째 바꾸고 있습니다. 변화의 트랜드를 따라잡는 것이야말로 가장 좋은 생존전략입니다.

ESG & 지속가능성

초전도 고속도로 혁명 : 자기부상 차량, 무손실 전기 전송, 액체 수소 운송을 한 방에

준비된 미래 2023. 5. 7. 22:26

1911년 네덜란드 라이덴 대학의 카멜린 온네스 교수는 어느 날 액체 헬륨을 이용해 수은을 냉각하면서 전기 저항을 측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이 되자 갑자기 수은의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그 때의 온도는 섭씨 영하 269. 자연에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낮은 온도가 섭씨 영하 273.15도이니 영하 269도는 정말 낮은 온도입니다.

 

1926년의 카멜린 온네스(Heike Kamerlingh Onnes) 교수

 

전기 저항이 0이 되면 전기저항이 전혀 없어지기 때문에 일단 초전도체로 만든 회로 안에 전류가 흐르기 시작하면 전력 손실이 전혀 생기지 않아 영원히 전류가 흐르게 됩니다. 왜 영원히 흐른다고 하는가 하면 이론적으로 계산해 보면 우주의 나이보다도 더 길기 때문입니다.

 

초전도 현상을 구현할 수 있다면 사용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많습니다. 초전도체는 어떠한 저항이나 전력 손실 없이 전기를 전도할 수 있고, 자석이 그 위에 쉽게 떠오르게 할 수 있습니다. 자석을 공중부양시키는 모습은 영상을 통해 많이들 보셨을 것입니다. 이러한 특성들은 초전도체를 고속 열차나 장거리 전력 전송에 유용하게 만들 것입니다.

 

초전도 자기부양

 

전기 손실 없이 전기를 보낸다는 것은 탄소중립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지금 정말 필요하지만 이루기 힘든 꿈같은 이야기입니다. 발전소에서 전기를 생산해 소비자에게 보낼 때 발생하는 전력손실 비용도 천문학적입니다. 세계에서 전력손실률이 가장 낮은 한국전력의 경우만 해도 손실률은 약 3.6%이며, 이를 비용으로 환산하면 연평균 17천억원에 달합니다. 다른 선진국들은 우리보다 전력손실률이 훨씬 높습니다. 일본은 4.7%, 미국은 5.2%, 프랑스 7.6%, 영국은 8.0%에 이릅니다. 그 외 국가들에서는 이보다 훨씬 높으며, 한국전력이 배전망 건설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도미니카공화국의 경우는 무려 30%에 이릅니다.

 

초전도 현상이 나타나는 온도를 임계온도라고 하는데, 이 임계온도는 대개 매우 낮습니다. 그러므로 초전도 현상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물질의 온도를 인위적으로 극저온 즉, 최소 영하 100도 이하로 낮춰야 하는데, 그러자면 비용이 엄청 들기 때문이죠.

 

송전망의 전기 손실을 최대로 줄이고자 초전도 송전망을 건설한다거나, 고속철도 네트워크를 구축하려고 한다면 초전도 현상을 만들어내는 데만도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입니다.

 

그런데 미국의 한 연구팀이 초전도 네트워크를 한가지 목적이 아닌 2가지 또는 그 이상으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다면 그만큼 비용부담이 줄어들게 된다는 점에 착안해서 혁신적인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휴스턴대 라이프니츠 연구소 고체재료 연구팀은 액체 수소 파이프라인으로 필요한 초전도체를 냉각시켜 자동차도 활용할 수 있고, 전기도 운반할 수 있는 초전도 고속도로에 대한 개념을 세우고 이를 증명했습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물리학 분야의 학술지인 ‘APL 에너지에 실렸습니다

 

대부분의 자기 부상 설계는 차량 내부의 초전도체를 특징으로 하며, 초전도체는 자기 트랙 위에 매달려 있습니다. 연구원들은 역발상을 하기로 했습니다. 초전도체는 땅에 놓고, 차량에는 자석을 놓는 방식으로 배열을 뒤집기로 한 것이죠. 그 결과 경제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여러 용도로 사용되는 시스템을 창안할 수 있었습니다.

 

저자인 지펑 렌(Zhifeng Ren)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자기 부상 초전도 차량 대신 초전도체 부상 자기 차량은 전력 전송과 저장과 같은 추가적인 이점을 제공할 수 있습니다. 우리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운반하거나 저장할 수 있고 사람과 물건을 최소한 시속 400마일의 속도로 운송할 수 있는 새로운 초전도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휴스턴대 라이프니츠 연구소 고체재료 연구팀

 

이들의 초전도 고속도로 설계는 액체 수소 파이프라인으로 초전도체 냉각 문제를 해결합니다. 수소는 우리 주위에 있는 거의 모든 물질에 존재하는 매우 유망한 청정 에너지원입니다. 그런데 현재의 수소 에너지 기술은 생산 후 취급 과정에 위험이 따릅니다. 수소가스는 부피가 커 고압으로 압축해 단단한 탱크 혹은 트레일러에 저장하는데, 압축 수준이 무려 700배에 달해 폭발 위험성이 있습니다. 그러니 장기 저장 및 이송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수소를 액체로 만드는 것인데요. 수소가스를 매우 낮은 온도로 냉각해 액체로 만들면 부피는 기체 수소에 비해 800배나 줄고, 보관 안전성이 높으며, 운송 효율도 7배 이상 높아집니다. 하지만 액체수소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소가스를 영하 253도라는 극저온으로 냉각시켜야 하고, 수소가 다시 증발하지 않도록 손실 없이 최소화하면서 오랜 기간 저장하는 기술이 필요합니다.

 

초전도 고속도로 개념도

 

초전도 고속도로 연구팀은 액체수소를 만들어 저장 및 운송하는 시스템에 초전도체를 적용해 냉각시키는 것을 고안한 것입니다. 수소 액화 및 운송 비용만으로 초전도체를 동시에 냉각시켜 초전도 고속도로를 구현하는 경제적인 아이디어인 것이죠. 그렇게 되면 수소 액화 및 저장·운송, 초전도 자기 부상 차량, 초전도 전기 송전이라는 13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열차, 화물 트럭, 승용차 등 차량이 자석을 달고 초전도체 유도로에 진입하면 공중 부양을 해 시속 650km 초고속으로 이동하여 목적지에 도달합니다. 초전도 고속도로를 빠져나오면 다시전통적인 전기 모터 또는 엔진으로 주행을 계속하면 됩니다. 자동차나 트럭이 초전도 고속도로에 있는 동안에는 연료 또는 전력 소비가 급격히 감소하여 비용과 환경 발자국을 모두 줄일 수 있습니다.

 

이들은 연구소에서 축소 모델을 사용하여 이러한 세 가지 애플리케이션이 공존할 수 있음을 입증했습니다. 다음 단계는 실제 크기의 모델을 만들어 시험하는 것입니다. 연구팀은 자신들이 만드는 시스템은 현재의 인프라를 활용하기 위해 기존 고속도로 아래에 설치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연구팀이 구상하고 있는 시범 시스템에 관해 지펑 렌은 이렇게 말합니다.

 

이 시스템이 실현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기차나 비행기를 기다리지 않고 언제든지 초전도 고속도로로 운전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고속도로를 개조하면 따로 선로를 놓을 땅을 구하지 않아도 됩니다.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 된다면 휴스턴에서 오스틴까지 160km 정도의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시범 시스템을 만들 수 있을 것입니다.”

 

초전도체 공중부양, 무손실 전기 전송, 액체 수소 운송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결합하겠다는 이들의 놀아운 생각이 현실로 나타나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