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큰 손 테슬라의 야무진 꿈과 딴지 거는 포드_전기차 시장 경쟁 본격화
지금으로부터 110년 전인 1913년, 미국의 포드 자동차는 미시간주 하일랜드 파크 공장에서 컨베이어 시스템을 최초로 적용해 자동차를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때 생산된 자동차가 ‘모델 T’였는데요. 원래 이 모델은 1908년부터 생산되기 시작했지만 혁신적인 포드식 생산시스템을 적용하면서부터 대량 생산이 이루어지게 됐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자동차는 너무 비싸 최상류층들만 이용할 수 있었는데, 모델 T가 대량 생산되면서 가격이 대폭 낮아짐에 따라 중산층들도 살 수 있게 됐습니다. 그 덕분에 자동차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게 됩니다. 모델 T의 최초 출시가격은 당시 850달러였지만 십여 년 뒤에는 290달러로 떨어졌기 때문이죠. 이런 배경 덕에 1927년까지 생산된 모델 T는 자동차 역사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차종으로 남게 됐습니다.
당시 헨리 포드의 캐치 프레이즈는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자동차 가격을 1달러씩 낮출 때마다 1,000명의 새로운 고객이 생긴다!”
헨리 포드의 산업철학인 ‘포디즘’은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한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그로부터 110년 지난 지금, 포디즘의 데자뷔가 미국 자동차 산업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테슬라입니다. 테슬라는 회사의 규모에 비해 자동차 모델 라인업이 눈에 띌 만큼 적습니다. 게다가 신제품도 거의 내놓지 않고 기존 모델을 길게 끌고 갑니다. 연식이 바뀌어도 디자인은 거의 달라지지 않기로 유명합니다. 물론 연식에 따라 내장재와 배터리 용량 등 기능과 성능 측면에서는 지속적으로 변경이 있었습니다.
아무튼 이러한 테슬라의 생산 방식은 포디즘을 빼다 박은 듯합니다. 거기에다 올 들어서는 20%라는 좀 과하다 싶을 만큼 과감하게 가격 인하까지 단행했습니다. 그러면서 최고경영자인 일론 머스크(Elon Musk)는 2030년까지 연 2,000만대를 생산한다는 목표 아래 사방에서 들려오는 우려의 목소리를 귓등으로 흘려보내고 있습니다. 2030년 전기차 판매량은 3,000만대로 예상되는데 그 가운데 2,000만대를 테슬라가 생산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습니다.
이제 전기자동차 시장의 격동기가 시작되는 듯합니다. 전 세계의 자동차 업계 특히, 테슬라가 속하는 전기자동차 업계는 가격경쟁이 시작되며 치킨 게임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 보이기 때문이죠.
이런 와중에 포드 자동차의 짐 팔리(Jim Farley) 최고경영자는 테슬라의 전기차가 평범한 상품으로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신선한 느낌이 없는 제품’이 가져올 위험에 대해 경고하고 나서서 주목을 끌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짐 팔리는 전기자동차 시장에서 가격 경쟁이 곧 시작될 것이라고 정확히 예측하기도 했었는데요. 테슬라가 올 1월 초에 가격을 낮추자 포드도 자사의 SUV 전기자동차인 ‘무스탕 마하-E’의 가격을 낮췄습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테슬라는 모든 모델에 대해 계속해서 가격을 인하하고 있는 것입니다. (*최근에 다시 약간 올리긴 했습니다.)
그러자 짐 팔리는 다시 코멘트를 날렸습니다. 이번에는 테슬라가 하는 짓이 과거 포드가 자동차 대량 생산 체제를 만들며 했던 과정과 판박이로 닮았다고 지적하면서 말이죠.
“포드가 자동차 대량 생산 시스템을 만들던 때의 상황과 전개가 잘 나와 있는 ‘1913년’이라는 책을 읽어보라. 지금과 똑같은 일이 그 때 이미 벌어졌었으니까.”
짐 팔리의 생각은 이런 것입니다. 생산 비용을 줄여서 가격을 낮추는 것은 수요 창출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가 오직 가격을 낮추는 데만 목표를 둔다면 결국에는 ‘제품의 신선한 느낌(product freshness)’을 잃게 돼 부정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는 것이죠.
“머스크는 지금 ‘제품이 주는 신선한 느낌’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배워야 한다. 일단 제품이 ‘신선한 느낌’을 잃고 평범한 상품으로 떨어지는 순간 가격 프리미엄은 몽땅 잃게 되는 것이다. 이보다 더 위험한 일이 어디 있겠나?”
머스크는 테슬라의 가장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테슬라의 목표는 생산량 증가를 소화할 수 있는 충분한 수요가 뒤따르도록 가격을 낮추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테슬라는 항상 자기네 전기차를 세계 최고로 만드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고 했기 때문에 테슬라가 ‘신선한 느낌’을 포기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팔리의 말에는 일리가 있습니다. 테슬라의 제품들은 이제 진부해졌습니다. 더구나 2019년 이후로 새 모델이 나오지 않아서 전체 라인업이라 해봤자 4개의 모델뿐입니다. 물론 곧 사이버 트럭이 출시되면서 라인업이 늘어나긴 할 겁니다.
모델 3는 부분 변경이든 완전 변경이든 확실히 모델 변경이 필요해 보이는데요. 다음 분기에 신형 출시가 예정돼 있긴 하지만 얼마나 변경될지는 알 수 없습니다. 지금까지 드러난 변경이라면 새로운 프런트 엔드(자동차 전면부) 적용 정도로 보입니다.
모델 Y는 테슬라의 가장 중요한 제품입니다. 그런데 이 모델은 지금의 생산량만으로도 이미 평범한 상품으로 떨어지고 있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온통 가격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으니까요.
현재 테슬라의 문제점 중 하나는 지나치게 완전 자율주행차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는 것입니다. 얼마든지 다른 모델에도 신경 쓰면서 자율주행차를 개발해 나갈 수 있을 텐데 말이죠.
이런 테슬라의 전략이 시원찮아 보이는 사람들에게는 테슬라가 지금 곤두박질 치고 있는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테슬라가 가장 최근에 발표한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은 24% 증가한 반면 순이익은 24% 줄어들었습니다. 가격 인하로 판매는 늘었지만 순이익은 줄어든 것입니다. 이러한 실적과 경영 전략을 두고 증권업계가 바라보는 전망은 말 그대로 극과 극입니다.
최악의 목표 가격을 제시하는 애널리스트는 투자분석회사인 뉴 컨스트럭트의 CEO인 데이비드 트레이너로 28달러를 제시했습니다. 현재 주가(5월3일 기준 160.61달러)와 비교하면 80% 넘게 폭락한 수치입니다. 그렇지만 혁신기술주 투자의 대표 주자인 아크인베스트의 CEO 캐시 우드는 테슬라의 주가가 5년 내에 2,000달러까지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테슬라가 미래 사업으로 추진 중인 자율주행차를 이용한 로보택시가 새로운 현금 창출 수단이 될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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